Les secrets d'Asako (Entretien avec Ryusuke Hamaguchi)
Entretien réalisé par Nicholas Elliot
à Cannes, le 15 Mai.
Interprétation par Megumi Kobayashi.
- 참고: 본문("아사코의 비밀들")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2019년 1월호에 수록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문의 저작권은 1차적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있습니다.
- 참고: 본문("아사코의 비밀들")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2019년 1월호에 수록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문의 저작권은 1차적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있습니다.
-> 『자나 깨나』는 일본에서 잘 알려진 시바사키 토모카의 소설입니다. 제 영화의 관객들이 제게 이 소설을 읽으라고 권했어요.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같은 얼굴, 일종의 이중성(double), 그리고 아사코의 판단의 변화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이전에 저는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다뤄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종종 갑자기 마음을 바꾸는 인물들을 찍은 적은 있습니다. 이번에 소설을 각색하면서, 저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에 직면하며, 또 이미 다루었던 주제들을 더 깊이 탐구해볼 수 있었습니다.
Q2. 아사코는 너무 물러나있다는 점에서 이상한(curieux) 인물입니다. 우리는 그녀가 거의 그녀 삶의 구경꾼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 그녀는 소설 속에서와 같아요. 시바사키 토모카의 스타일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긴 하지만, 그럼에도 1인칭 시점으로 글을 쓰죠. 아사코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딱 "두 번" 행동하는 듯한 인물이에요. 바쿠와 떠날 때, 또 마음을 바꿔 료헤이에게로 돌아올 때 말이죠. 독자조차도 그녀의 결정에 놀라게 되는데요. 그녀가 행동을 하기 전에 오랫동안 조심했기(observe) 때문이죠. 저는 이런 매우 흥미로운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어요. 소설은 1인칭으로 쓰였는데요, 거기에 많은 대화를 추가하고 싶진 않았어요. 따라서 관객들은 아마도 독자들보다 아사코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는 그녀의 감정이나 그녀의 관점을 다른 등장 인물들에게 전하려고(이해시키려고, faire comprendre) 애썼어요. 아사코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제 의도였던 건 아니에요.
Q3. 불명확한 인물은 아니죠. 오히려 그녀는 당신의 전작 <해피 아워>의 여성 인물들처럼 그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지켜내는 거죠.
-> 맞는 말이에요. 스캔들적인 비밀은 아니고, 오히려 그녀들의 감정에 관한 비밀이고, 여기서 감정은 그녀들이 스스로도 모르는 감정이에요. 제 영화의 주인공들은 공통적으로 비밀이 있죠. 사실, 관객들에게도 또한 비밀이 있죠. 아사코는 영화의 4분의 3 동안 미스터리한 인물이고, 그다음(영화의 3/4 이후)에 “행동”을 하죠. 그럼으로써 그녀의 비밀이 완벽하게 밝혀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보다 구체적인 형상이 형성되죠. 그녀는 그것을 대중과 공유해요. 이것이 이 영화에서 제게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Q4. 명확하게, “그녀의 비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자, 그녀의 감정의 깊숙한 곳에서 나온 무언가인가요? 바쿠와 관련된 그녀의 이야기의 디테일(내용)은 아닌가요?
-> 정확히요. 그것은(비밀은) 그녀 감정 깊숙이에 있고, 그녀 스스로도 아마 모르는 감정이에요. 또 관객들도 가지고 있을법한 종류의 감정이기도 해요. 제어할 수 없는 비밀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그들 또한 비밀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될 거에요. 좌우간 이 영화를 통해서 제가 깨달은 것은, 바로 저에 대한 것(제 감정과 관련된 비밀)이에요. 이와 같은 경험을 제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과도 함께 하고 싶어요.
Q5. 당신의 영화에선, 비밀은 “감정(혹은 집착, 혹은 열렬한 사랑, passion)”과 연관이 있어요. 바로 한편으로는 아사코의 바쿠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사랑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료헤이의 보다 합리적인 선택 말이에요.
-> 이런 이중성은 이미 소설에도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저한테 흥미로웠던 것이에요. 바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인 것 같지만 료헤이의 모습은 현실적이죠. 료헤이는 오히려 일상(생활)에 묶여있죠. 물론 각각의 인물은 각자 자기 자신의 이중성을 갖고 있죠. 선천적으로, 바쿠는 가상적인(상상의) 인물인 것 같아 보이는데, 그의 이름은 일본 신화에서 볼 수 있는 꿈을 먹는 동물을 상기시키죠. 하지만 아사코의 경우, 어쨌든 소설 속에서, 이 인물은 정말로 존재해요. 료헤이에 관해서는, 그 또한 아사코의 눈에 비치는 꿈속의 인물, 즉 이야기 속의 유령(환영)으로 보이는 인물일 수도 있죠. 사실 그 둘 다 동시에 현실적이기도 비현실적이기도 한 인물들이죠.
Q6. 료헤이가 꿈의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흥미롭네요. <해피 아워>에서 다소 무기력한 남성 인물들과 비교할 때 료헤이는 완벽한 남성입니다. 그는 자유로이 자신을 표현하고, 친절하며, 애인의 요구에 개방적이죠. 이런 점에서 료헤이는 미화된(이상화된) 환상의 인물이죠.
-> 그렇죠. 그는 아사코와 그녀의 비밀을 결국엔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완벽해 보이는데, 사실 이건 거의 비현실적이죠. 그는 아사코를 받아들이고, 그녀를 걱정하지만(그녀에게 관심을 두지만), 이것 또한 거짓말이죠. 왜냐하면 끝 무렵에, 그는 그녀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 거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기 때문이죠. 그는 아사코가 자신 옆에 있게 하기 위해 거짓말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겁니다. 아사코의 “행동”이 료헤이의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나게 하는 거죠. 료헤이 역시 모순적이죠(양면적이죠).
Q7. 이 영화는 또한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여정’으로 볼 여지가 있어요. 이 이중성 꿈/현실 중에, 우선이 되는 건 현실인데, 이는 한편으로는 또 불완전하죠.
-> 저는 꿈의 장면을 찍고 싶진 않았어요. 모든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반면에 우리는 일상과 비일상 사이의 이중성에 대해서 말할 수는 있습니다. 예컨대, 지진은 일상 속에서 일어나지는 않죠. 일반적으로, 저는 오늘은 어제와 많이 유사하고, 내일은 오늘과 유사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지진은 예상하지 못 하는 일이에요. 일본에서의 2011년 지진은 저로 하여금 “그것(지진)”을 인식하게(깨우치게) 만들었어요. 그날은 이전과는 달랐어요. 일본에서 사람들이 보통 날들은 유사하고(같은 날이 반복되고), 그리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은 사실이에요. 2011년 지진으로 인해 (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황폐화시킨 쓰나미가 발생했어요. 물(쓰나미)로 인해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경계의 공간(틈)이 생겼어요. 그리고 그 물(쓰나미)은(는) 그 경계를 넘나들을 수 있어요(침범할 수 있어요).
Q8. 지진은 소설에 있던 건가요?
-> 아뇨. 소설은 2010년 작품입니다. 한편, 시바사키 토모카는 일상과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을 묘사하고 비교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녀의 소설에는 파괴의 흔적(기억, mémoire)이 담겨 있는데, 이는 종종 전쟁을 기억하는 것(떠올리는 것)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저는 그녀가 쓴 요소들을 그대로 가져오진 않았지만,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그녀처럼 저도 재앙을 영화에 끌어오고 싶었어요. 해외 관객들은 아마도 영화 속 거리에 대해 모를 겁니다. 영화에서 우리는 오사카, 그리고 도쿄, 그리고 (지진이 발생했던) 도호쿠 지역을 오갑니다. 이 거리는 약 500km입니다. 일본인은 도쿄에선 지진이 그렇게 치명적인 것은 아니지만, 후쿠시마가 있는 도호쿠에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도쿄 시민들은 일종의 죄책감을 느낍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아사코와 료헤이가 했던 것처럼 피해자들을 도왔던 것입니다. 아사코는 또한 지진이 일어난 날 료헤이를 선택하면서 또 다른 종류의 죄책감을 경험합니다. 그날은 그 둘이 교제를 하기 시작한 날입니다.
Q9. 연출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당신을 인도했나요(혹은, 무엇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나요)?
-> “역사(이야기, l’histoire)”와 당연히도 “제 경험”이요. 여기엔 제 나름의 의견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아사코의 친구인 마야의 집 씬을 봅시다. 이 씬엔 4명의 인물이 나오죠. 그들은 입센의 작품에 대해 토론하는데, 그때 아사코는 원경(l'arrière-plan)에 위치해 있습니다. 촬영에 있어서 저는 이 구도를 본능적으로 선택한 겁니다. 아사코는 그녀와 료헤이 사이에 거리를 두고 싶어해요. 그녀는 또 벗어나고 싶어해요. 그래서 그녀는 (스탠드) 바(le comptoir) 뒤에 서서 관찰자의 위치에서 자신과 료헤이 사이에 거리(방해물)를(을) 둡니다. 우리는 이러한 구도를 다른 씬에서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아사코와 료헤이가 도쿄에서 친구들을 맞이할 때요. 여기서 역시, 아사코는 (스탠드) 바 뒤에 서 있어요. 이를 통해 제가 ‘여자는 응당 부엌에 있어야 해!’라고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오히려 이건 아사코가 그 상황을 불편해한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녀는 그녀와 료헤이 사이에 어떻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몰라요, 그래서 그녀는 그런 위치에 서 있는 거에요. 게다가 저는 제 영화 속 인물의 얼굴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다른 인물들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아사코를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는 거죠.
Q10. 첫 번째 파트에 서정적인 순간(des moments lyriques)이 있는데요, 약간의 슬로우모션과 폭죽의 터짐과 함께 아사코와 바쿠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순간이요.
-> 이 영화 속에서, 바쿠는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2시간 영화에서 약 20분 정도만 나오죠. 그렇지만 바쿠는 똑같은 중요도를 가져야만 했어요. 아무래도 아사코의 눈에 바쿠가 료헤이를 압도하는 것(우선하는 것, supérieure)으로 보이게끔 말이죠. 이를 위해 저는 그 둘의 만남을 슬로우모션으로 찍은 거에요. 그러나 편집 과정에서, 저는 전에 해본 적이 없던 이 기법에 불편함을 느꼈어요. 근데 딱 음악(la musique originale)을 넣어보자마자 저는 슬로우모션을 삽입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Q11. 체호프랑 입센을 인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당신인가요?
-> 네. 사실 연극(극작품)은 제가 잘 모릅니다, 특히 고전 작품을요. 그러나 저는 체호프랑 입센의 작품을 읽은 적이 있어요. 소설에서 마야라는 인물은 연극배우인데, 현대 작품을 연기하죠. 관객으로 하여금 보다 빠르게 '이것이 연극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저는 두 작품을 선택했죠. 바로 『세 자매』와 『들오리』인데, 둘 다 제가 매우 좋아합니다.
Q12. 체호프를 선택한 것은 흥미로운데요. 왜냐하면 우리는 종종 그의 작품 세계에서 잘못된 선택의 괴로움을 발견하기 때문이죠. 한편 이 영화의 보조적인(주변부)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죠. 우리는 마야가 료헤이에게 빠졌다고 느끼는데요, 여기서 드는 의문은 그녀가 가능태적인 삶을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혹은, 그녀가 료헤이와 교제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놓친 것은 아닌가 하는 거죠).
-> 당신이 이야기의 은밀한(숨겨진, souterraine) 지점을 이해해주어 기쁘네요. 저는 보조(주변) 인물들에게 더 많은 감정(관심)을 주고 싶었어요. 마야가 료헤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것은 그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료헤이와 아사코가 서로가 서로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여 마야는 포기한 거죠. 실제로 마야는 잘못된 선택을 하죠. 그녀는 덜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으니깐요. 그래서 마야는 아사코가 료헤이를 떠날 때 매우 화가 났던 거죠. 그리고 그녀는 만약 그(료헤이)가 바쿠와 닮지 않았으면, 아사코가 아마도 그(료헤이)와 교제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죠.
Q13. 마지막 질문이요. 주일 프랑스문화원에서 장 그레미용의 영화가 상영될 때 당신이 매우 좋아했다고 들었어요.
-> 사실, 저는 그의 영화들을 매우 좋아해요. 특히 <폭풍우>(1941)에서 장 가방이 연기한 인물은 다소 아사코와 유사하죠. 그는 결혼했지만 다른 여성에게 끌리죠. 아사코처럼 그는 그 스스로가 모르는 감정에 이끌려요. 이 지점이 <폭풍우>와 <자나 깨나> 사이의 공통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