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TÔMES DE LA SOCIÉTÉ CORÉENNE (Entretien avec Bong Joon-ho)
Entretien réalisé par Stéphane du Mesnildot
Q1. 감독님께선 오랫동안 한국 영화를 연출하지 않으셨어요. 한국이 그립진 않으셨나요?
-> <옥자>(2017)에 한국 배우들이 있었고요. 또 대사의 30%는 한국어였어요. 사실 <마더>(2009) 이후로 100% 한국 영화를 찍은 지 거의 10년 정도 되긴 했죠. 그렇다고 향수병이 있진 않았어요. <설국열차>(2013)에서 남궁민수와 요나는 한국인이었고, <옥자>는 강원도 산에서 절반을 찍었었죠. <기생충>(2019)의 경우, 촬영 장소나 언어 자체는 어떤 한국적인 분위기를 찾는 것만큼 중요하진 않았어요.
Q2. <기생충>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요?
-> 영화 작업을 끝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제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지녀온 흉터 같네요.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잊었어요. 한 영화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세계에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2013년 겨우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는 건 기억이 납니다. 중반부까지는 그때와 이야기의 골자(骨子)가 같아요. 예를 들어, 가난한 네 식구가 차례로 부잣집에 침입하는 거요. 그런데 그 이후의 전개는 그때와 매우 달라졌어요. 저는 2017년 가을에 4개월 동안 저 혼자서 두 번째 파트를 다시 썼어요. 원래 제목은 ‘기생충'이 아니라 ‘데칼코마니'였죠.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대칭적으로 배치한다는 의미에서요. ‘기생충'이란 제목은 보다 가난한 가족에게 비중을 둔 거죠.
Q3. 배치[원문에는 ‘la mise en scène’으로 되어 있다. 보통 ‘연출'로 번역하지만 여기서 ‘연출'은 너무 포괄적인 느낌이라 의미를 축소해서 (‘사물, 공간 등의 배치’로 해석할 수 있게끔) ‘배치'라고 번역했다.]가 매우 정교한 것으로 보아 감독님께서 시나리오 집필하는 것만큼 영화를 디자인하는 데 공을 들이신 것 같습니다.
-> 먼저 저는 몇 개의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물론 제작자와 논의하기 위해서 이것을 시나리오의 형태로 만들어 그들에게 제출해야 하죠. 제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할 때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들이 풀어져 나옵니다. 이 작업을 사전에 미술 감독님과 같이했어요. 시나리오 집필 전에, 부엌, 거실, 정원, 지하실 등의 정확한 배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져야만 했거든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카메라를 왼쪽으로 돌리면 관객들은 무엇을 보게 될까?’ 이런 생각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죠.
Q4. 두 가족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감독님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 ‘선한 사람들과 악한 사람들’이라는 명확한 구분을 원하진 않았어요. 저희 인생이 그런 것처럼 두 가족은 선과 악 사이의 애매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제 다른 영화들에서 이미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마더>에서 아버지는 부재하고, 오로지 어머니와 아들만 있죠. 한편, <괴물>(2006)에선 어머니가 부재하죠. 이 가족들에겐 항상 무언가 부재한데, 바로 이 부재로부터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기생충>에 나오는 두 가족은 모두 엄마, 아빠, 아들, 딸로 평범하게 구성되어 있어요. 차이가 있다면, 두 가족 사이에 큰 사회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겁니다. 이 차이로부터 영화가 전개될 수 있는 거죠. 평범한 사람들이 만났을 뿐인데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비극으로 끝나게 됩니다.
Q5. 송강호 씨는 오랫동안 감독님의 협력자로 일해왔습니다. <기생충>을 촬영하면서 그에게 새롭게 주문한 것이 있나요?
-> 제 이전 영화들에선 그는 즉흥 연기를 자주 했지만, 이번에는 시나리오를 존중해줬어요. 제가 가장 놀란 것은 그의 표현력입니다. 홍수 장면에서 그가 집 밖으로 나올 때, 그의 얼굴엔 놀라울 정도의 슬픔이 담겨 있어요. 오로지 송강호 선배만이 그런 것을 연기할 수 있죠. 개인적으로 이런 연기는 지시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거대한 배우의 완벽한 연기력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단이나 플라티니 같은 축구 선수가 떠오르네요. 모든 배우들이 훌륭하지만, 송강호 선배는 간단한 공 패스로 경기의 승리를 결정짓는 지단과 견줄 수 있습니다.
Q6. <기생충>은 사회 계층이 파멸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느끼는 분위기인가요?
->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격차는 매우 벌어졌는데요, 사실 이는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도 노란 조끼 시위가 있지 않습니까? 문제는 바로 우리가 자본주의 체제를 따르는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겁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물러서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300년 후에 사람들이 <기생충>을 보고 우리 시대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본 것 같네요.
Q7. 김 씨[김기택] 가족에게 정치적인 의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 그렇죠. 그들에겐 자기 가족 외의 사람들과 연대한다는 개념이 없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그들은 박 사장을 존경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계급 의식이나 진심 어린 적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결국 비극은 발생합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인이 무엇일까? 어째서 비극에 다다르게 된 것일까? 아마도 이런 질문 속에서 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파악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Q8. 박 사장네 집에는 유령이 떠돕니다.
-> 박 사장네 집이 자본주의를 은유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난한 자들이 유령이나 기생충이 되어 수시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저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자들은 마치 유령처럼 슬프고 외롭습니다.
Q9. 한국의 부르주아들은 확실히 전통적이지 않고 모던합니다. 저희는 이 영화 속에서 부르주아들이 실제로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 네, 한국의 많은 부르주아는 젊고, 세련되죠. 그러나 그들의 내면은 썩 좋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조차도 다른 누군가로부터 빌려온 것 같죠. 그러면서 일종의 자기도취에 빠져있습니다. 그들은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서 유명 건축가[남궁현자]가 설계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야만 하죠. 집의 장식 역시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의 일종입니다. 주방, 욕실 그리고 거실을 보면 허세 가득하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아니라 모두 작위적이죠.
Q10. 박씨 부인[연교]과 그녀의 남편[박 사장]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 연교는 아주 젊을 때 결혼을 해서 주부로서 편하게 사는 여자예요.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순진한 부르주아입니다. 그래서 쉽게 속일 수 있죠. 그녀 덕분에 김기택 가족이 박 사장네 집에 침입하며 이야기가 어려움 없이 전개됩니다. 한국 중산층에서 그녀와 같은 여성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한편 남편과의 관계 역시 다소 이상하긴 합니다. 그녀는 기사에게 말하죠. “남편이 알면 전 능지처참이에요.” 이런 걸 보면 그녀는 남편의 판단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이 집에 돌아올 때 그녀는 “무슨 일 있나요?”라고 즉각 묻죠. 결국 이런 그녀의 불안감에 의해 생긴 틈 사이로 김기택 가족이 서서히 침입하게 된 겁니다.
Q11. 소파 장면에서 ‘가난의 냄새’[원문에는 ‘la pauvreté’(가난)이라고 되어 있는데, 맥락상 냄새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서 ‘가난의 냄새’라고 번역했다.]가 정욕(情慾)을 불러일으킨 건가요?
-> 박 사장은 냄새에 매우 민감해서 자기 자동차에서 싸구려 팬티를 발견하고 이에 대해 아내에게 언급한 적이 있죠. 이런 일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순 없는 겁니다. 문제는 아주 가까이에, 특히 테이블 아래에 김기택 가족이 있을 때입니다. 사회적으로 격차가 있는 자들이 그 장면에서 공간적으로는 매우 가까이에 있게 된 거죠. 이때 박 사장이 하는 모든 말이 테이블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큰 고통을 줍니다.
Q12. 박 사장네 집은 또한 ‘미국’에 사로잡혀 있어요.
-> 그건 허세의 일부에요. 엄마[연교]는 영어 단어를 섞어서 말하죠. 그들은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겉모습을 꾸밉니다. 또한 엄마는 미국에서 아들의 장난감, 예를 들어 인디언 텐트나 화살 따위를 주문하죠.
Q13. ‘인디언’이라는 소재가 중요합니다.
-> 다송은 인디언에게 빠져있어요. 박 사장 가족은 인디언 문화를 끌어와서 다송의 생일 파티를 엽니다. 이때 송강호 선배에게 인디언 모자도 쓰게 하죠. 인디언은 곧 희생자 및 사라진 문명을 의미합니다. 그들의 흔적은 오직 박물관에만 남아 있어요. 물론 미국인들은 그들에게 일종의 “보호 지역"을 만들어주었지만, 사실상 패션이나 장식과 같은 분야를 제외하곤 그들의 문화는 거의 남아 있지 않죠. 슬프고 끔찍합니다. 포스트-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한 자들 역시 인디언들처럼 결국 자취를 감추거나 사라질 것입니다.
Q14. 홍수 장면을 어떻게 찍으셨나요?
-> 그 장면은 수영장 크기의 거대한 풀(bassin) 안에서 찍었어요. 김 씨네 집과 골목길이 있는 가난한 동네 전체는 세트로 만든 거에요. 저희는 그 안에 물을 집어넣고 수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죠. 한편 멀리 보이는 길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흙탕물에도 들어갈 수 있는 방수 카메라를 썼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풀장 세트의 바닥은 곧 송강호 선배네 집 바닥인데요. 집이 반지하다보니 골목길을 상대적으로 높게 디자인했죠. 그래서 거리에서는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지하에 있는 송강호 선배는 턱 끝까지 물에 잠긴 거죠.
Q15. 다송이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숏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 엄마[연교]가 가정부[문광]를 해고하는 순간이죠. 부잣집 아이들은 자주 외로워하는데요. 다송은 가정부와 인디언 놀이를 하곤 했죠. 엄마는 다송을 무척 걱정합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 다정한 포옹과 같은 물리적인 접촉은 없죠. 그러다 다송은 가정부가 해고되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외롭게 된 겁니다. 저는 특히 햇빛을 통해 슬픔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촬영 감독님께 외로운 아이의 초상을 찍어달라고 주문했었죠.
Q16. 결말부에서 김기택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추방된 것 같죠. 그가 피난한 집을 아들 기우가 다시 산다는 꿈은 다소 현실성이 없습니다.
-> 그렇죠. 흥미로운 것은 기우가 비현실적인 꿈에 목매달고 있다는 겁니다. 아마 기우가 500년 동안 돈을 벌더라도, 그 돈을 모아서 그 집을 산다는 것은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기우는 잘 모르는 것 같고, 또 아빠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하는 것 같아요. 웃픈거죠. 저는 완전히 비관적이지는 않지만 낯설고,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영화를 마치고 싶었어요. 기우의 확신과 낙관주의는 수수께끼같이 이상야릇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