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수면의 정치적 아이디어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의 대담 (카이에 뒤 시네마 2019년 1월호 수록)

UNE IDÉE POLITIQUE DU SOMMEIL (Entretien avec Apichatpong Weerasethakul)
Entretien réalisé par Hugues Perrot à Bilbao,
le 14 novembre.

  • 참고: 본문("수면의 정치적 아이디어")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2019년 1월호에 수록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따라서 본문의 저작권은 1차적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있습니다.




Q1. 감독님 영화에선 잠을 자는 인물들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블루>(2018)에서의 제니이라 퐁파스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데요

-> 저의 최근 영화들은 모두 제가 몸에서 직접 느끼는 신체적 증상들에 기반합니다. 신체적 증상이란 피로감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어요. 사실 잠을 자지 못한 됐습니다. 불면증이 밤마다 찾아왔고, 잠을 자지 못해서 매일 아침 이른 시간에환청 듣기 시작했어요. “”(bong)이라는 소리가 시간 동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머릿속에서 울려 펴졌죠. 소리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속에서 소리를 파악할 없었습니다. 소리는 각성과 수면 사이의 상태에서 들렸어요. 이상 이런 환청을 듣지 않지만, 다음 장편 영화에서 이를 다룰 예정입니다.

Q2. 불면증 때문에 감독님 작업 방식에 변화가 생겼나요

-> , 부정적으로 영향을 받았죠. 잠을 자지 못하고 뇌가 안정된 상태가 아니면 저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느낄 있는수면 직전의 상태’(état hypnagogique) 사실 뇌가 매우 안정되고 평안한 데서 기인한 거예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동안에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럴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태국 북부의 산속의 외딴집 주변에서 말이죠. 운동, 단식, 약을 먹는 것을 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진 못했습니다.

Q3. '최면술'(l'hypnose)을 시도해보진 않으셨나요?

-> 최면술을 따로 연습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와 유사한 명상을 자주 하는 편이죠.

Q4. 감독님 영화를 떠올려보면, ‘최면' 혹은명상' 관객으로 하여금 변화된 의식 상태에 빠져들게 하는 기법들(techniques)이죠.

-> 저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 나아가 관객들이 수면 상태에 가까운 분위기에 빠져들게끔 노력합니다. 제가 머릿속에서 ,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재현하고자 하는' 통해서 말이죠. 이런 의미에서 저는수면의 정치적 아이디어’(une idée politique du sommeil) 다가가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잠을 자는 사람들이 이상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게 만드는 집합적 공간과 관련한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저는 2018 로테르담 영화제에서슬립 시네마 호텔'(Sleep Cinema Hotel)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적이 있어요. 호텔에서 우리는 영화를 틀어 놓고 같이 잠을 있죠. 신체에 비친 이미지와 빛의 움직임, 수면 너머에 비친 빛의 색들이 신체에 영향을 주는 방식이 제게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저는 모든 무의식이 영화들의 아래에 모일 있다는 아이디어를 좋아했었습니다. 투사된 이미지들은 잠자는 사람들의 꿈속의 이미지가 아니지 않나, 하는 의문을 품기 전까지요.

Q5. 감독님에게 '수면'이란 무엇인가요? '피난처'(un refuge) 혹은 '무기'(une arme) 같은 건가요?

-> 수면의 경험은 본질적으로 영화, 어둠에 잠긴 안의 장치와 연관되어 있어요. 우리는 수면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미지의 세계 내부로 들어갈 있죠. 안에서 깨어있는 삶에 대한 실마리나 단서를 찾을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맞아요. 어떤 의미로는 수면은 무기입니다. 왜냐하면 안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나은 삶을 있게 하는 것들을 되찾을 있기 때문입니다.

Q6. 과거에는 호랑이로 들어갔죠[원문에는 ‘le saut’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점프, 도약, 비약 등을 의미한다. 아마 <열대병>(2004) 염두에 두고 같다.].

-> 그렇죠. 비록 영화가 직접적으로 정치적이진 않지만요.

Q7. 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상하나요?

-> 최근에는 , 특히 몸으로 느끼는 감각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런 것들이 저로 하여금 영화를 찍고 싶게 만들죠. 저는 먼저 노트에 아이디어를 열거하고 뒤에 정리를 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다소 모험적인[원문에는 ‘hasardeuse’라고 되어 있는데, ‘hasard’우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험적인'이라는 안에는우연히', ‘되는대로' 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방식으로 구성합니다. 사실 아이디어를 결코 연대순으로 적진 않습니다. ‘불투명한 베일'(un voile opaque) 언제나 후광처럼 아이디어를 둘러싸고 있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아이디어는 연쇄적으로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인상들'(des impressions)이라고 있죠.

Q8. 2015 카이에 시네마(714)에서의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장편 영화를 찍을 거라고 말씀하셨죠.

-> , 그게 말씀드렸던 환청에 대한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디어가 그렇게 오래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요. 내년 8[ 인터뷰는 2018 11 14일에 이루어졌다.]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예정입니다. 이야기는 사람들이 파둔 터널 주변에서 진행될 같아요. 또한 구멍이 있는 두개골(해골) 등장할 겁니다. 이런 것들은 제가 최근 년간 겪었던 환청과 어우러지게 되죠. 처음엔 아마존에서 촬영을 하고 싶었어요. 정글 속에서요. 그런데 마을들이 제가 보기엔 너무 풍요롭고, 조밀하며, 기억과 역사로 빽빽하게 가득 같더군요. 저는 많은 사람을 만났어요. 그들은 제게 과거의 자신들의 마을과 삶에 대해서 말해주었어요. 가정에서의 종교적 함축성 역시 영화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질 겁니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수시로 바뀝니다. 그래서 지금과 8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Q9. 인터뷰에서 감독님은 이상 태국에서 영화를 찍을 없다고 말씀하셨죠. 태국에서 이상 평화와 안정은 찾아볼 없는 건가요?

-> 독재 정권이 악화되었고 경제는 점점 비참해졌어요. 마치 지진이 일어난 같아요. 프로파간다는 태국 국민의 삶에 점점 강력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요. 이는 분명 국민들의 수면을 노리고 있는 거죠. (웃음)

Q10. 태국의 젊은 시네아스트들과 교류가 있나요?

->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저의 집에 일종의 씨네 클럽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젊은 시네아스트들이 와서 그들이 만든 영화나 좋아하는 영화를 상영할 있는 그런 클럽이죠. 이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함께 있는 공간을 만들려는 취지의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저는 이상 자주 영화관에 가진 않기 때문에, 이런 모임을 저의 집에 만들고자 하는 의욕이 생긴 거죠. 시카고에서 공부할 저는 실험 영화에서 블록버스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영화를 닥치는 대로 봤어요. 그때 경험은 추억으로 남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를 찍고 있는 거죠. 지금은 독서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Q11. 어떤 책을 읽으시나요?

-> 지금은 미시마 유키오의 『풍요의 바다』를 다시 읽고 있어요. 그러나 평소에는 신경과학을 다룬 SF소설을 많이 읽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의 두뇌를 인식하는 방법이나 우리의 성격이 두뇌에서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소설을 읽죠. 또한 베네딕트 앤더슨의 회고록도 읽습니다. ‘상상된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미국의 역사학자죠. 그는 국가의 집단적 상상력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서로 모르고, 앞으로도 전혀 모르겠지만, 같은 국가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은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상상된 정치적 공동체"(communauté politique imaginée)로부터 국가가 형성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국가를 형성한다는 것은 서사, 역사를 형성한다는 뜻이죠. 오늘날 태국의 경우에 이런 역사는 국가의 이익에 맞게 정향 되어 왜곡됩니다. 특히 프로파간다에 의해서요. 이러한 독서들이 중첩되면서 저는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떻게 두뇌에서 성격이 정의되는지( 신작에서 구멍이 뚫려 성격의 일부분이 부재하게 두뇌(두개골) 다루게 겁니다.), 그리고 어떻게 국가가 역사를 내려가면서 정의되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죠.

Q12. ‘정부로부터가 아니라국민’[원문에는 ‘peuple’ 되어 있는데, 이는 국민, 인민, 민중 등을 의미한다.]으로부터 국가의 대안적 역사를 형성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집단적 상상력'(un imaginaire collectif)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 공식적인 역사는 항상 국가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국민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역사 또한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를 압도할 정도의 강력한 집단적 상상력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네요.

Q13. 오늘날 세계적으로민족주의’(nationalisme) 부상하면서 베네딕트 앤더슨의 연구의 근간이 되는 민족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물음들이 특히 중요해졌습니다.

-> 그렇죠. 사실 민족주의와 세계화에 관해 이야기한 다른 저자로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가 있습니다. 그는 자연적 요소, 예컨대 댐을 지을 있는' 같은 요소를 중심으로 국가가 형성되었던 방식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사실상 이런 자연적 요소들에 의해 물리적인 경계가 만들어졌다고 언급하죠. 오늘날 세계화로 인해 경계가 무너지고, 자연적 요소를 토대로 국가라는 개념은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라리는 물리적인 경계에 구멍을 내는 기술적 진보와 국가 개념에 반대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이해는 하지만, 한편으론 유토피아적 발상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의 두뇌와 신체에서 일어나는 것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요. 아마도 신체적 언어는 보편적이기 때문에 이런 유토피아적 발상이 실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현재 제게 가장 중요합니다.

댓글 3개:

  1.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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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넵.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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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수정내역_220821 업데이트]

    내용상 변화는 일절 없으나 '공상과학'을 'SF'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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