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내면의 폭발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의 대담 (카이에 뒤 시네마 2021년 11월호 수록)

 L'explosion intérieure (Entretien avec Apichatpong Weerasethakul)

Entretien réalisé par Claire Allouche et Marcos Uzal à Paris, le 5 juillet.

  • 참고1: 본문("내면의 폭발")은 카이에 뒤 시네마(Cahiers du cinéma) 2021년 11월호에 수록된 글을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본문의 저작권은 일차적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있다.
  • 참고2: 본문 속 그림, 그리고 [  ] 안의 내용(각종 링크 포함)은 카이에 뒤 시네마 측이 아닌 내가 임의로 삽입한 것이다.
  • 참고3: <메모리아 Memoria>(2021)에 관한 스포일러가 있다.

Q1. <찬란함의 무덤 Cemetery of Splendour>(2015)과 <메모리아 Memoria>(2021) 사이에 6년이라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동안 무엇을 했나요?

A1. 꽤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저는 태국의 상황과 미래에 관해 심란함을 느꼈거든요. <찬란함의 무덤>을 촬영하는 동안 이미 편재하던 군대가 태국을 완전히 장악하기도 했죠.[군부 쿠데타는 2014년 5월 22일에 일어났다. 그리고 <찬란함의 무덤> 촬영은 대략 두 달 정도 진행되었으며, 마지막 촬영이 2014년 12월 3일에 이뤄졌다. <찬란함의 무덤> 촬영 비화와 관련해서는 조반니 마르키니 카미아(Giovanni Marchini Camia)*의 글 참고. ☞ 링크] 한편, 저는 여러 전시회에 참여했고, 무엇보다 <메모리아>를 준비했습니다.

*비평가, 작가, 편집자, 프로그래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여러 차례 협업했다. 파이어플라이즈 출판사(Fireflies Press) 창립자 중 한 명이며, 최근에는 『메모리아』 단행본을 냈다. (『메모리아』에 관심이 있다면, 조반니 마르키니 카미아의 소개 영상 참고. ☞ 링크; 책 자체는 아마존에서 구매 가능하다.)

Q2. 콜롬비아에서 촬영하기로 결정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A2. 2017년에 저는 카르타헤나 데 인디아스에서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에 회고전 때문에 초대를 받았는데요. 그곳에서 제 모든 영화들로부터 발췌한 클립들을 붙여 놓은 트레일러를 보고 매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장례식에 참석한 것 같은 심정으로 그 트레일러를 감상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뒤 3개월 동안 입주작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콜롬비아에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건축물, 사람들, 그리고 활기차고 불안정한 무언가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에 영감을 받아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리아>는 바로 그때 제가 스스로 터득한 개인적 관찰(l'observation personnelle)과도 같습니다.

Q3. 저희가 느끼기에 감독님께서 태국에서 촬영하는 것처럼 편하게 콜롬비아를 찍은 것 같아요.

A3. 맞습니다. 처음에 저는 <메모리아>가 제 다른 영화들과는 매우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찍어 놓은 것들(les rushes)을 보고 있다 보니, 저는 리듬, 움직임, 빛의 측면에서 제가 보고 있는 것들이 제 다른 영화들과 얼마나 닮았는지 점차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메모리아>는 특정 국가의 인장(l'inscription dans un pay en particulier)이 찍혀있는 상태를 초월하는 것 같아요. <메모리아>는 콜롬비아와 태국에 동시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저기(ailleurs)에도... 여기(ici)에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4. 스페인어로 어떻게 작업했나요?

A4. 배우들이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어 코치와 함께 일하기도 했거니와 그런 사실 외에도 언어를 이해하지 않고서도 느끼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가령, 연기의 정확함과 리듬 말입니다. 편집으로 속이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또한 하나의 쁠랑(plan)[영어로 숏(shot)에 대응한다.]의 지속시간 중에 무언가가 변화되고, 전개되는 것을 매우 중요히 생각했기에, 저희 팀은 언어(la langue)와 관련해서 정확함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만큼 테이크를 다시 가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Q5. 감독님께서는 처음으로 틸다 스윈튼(Tilda Swinton), 잔 발리바르(Jeanne Balibar), 다니엘 지메네스 카초(Daniel Giménez Cacho)와 같은 전문배우와 촬영했습니다. 이런 사실이 감독님의 작업 방식에 영향을 주었나요?

A5. <메모리아> 작업은 태국에서 제가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는데, 특히 제시카(틸다 스윈튼)가 다른 등장인물들에 비해 좀 더 갖고 있는 마찰적 차원(sa demension plus frictionnelle; 껄끄러운 측면) 때문에 그녀를 이해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들였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아마도 그녀 안에 제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면에 제 이전 영화들에서, 제가 잘 아는 제니이라 퐁파스(Jenjira Pongpas)나 사크다 카에부아디(Sakda Kaewbuadee)는 그들 자신과 매우 비슷한 역할을 맡았고, 저는 그들이 카메라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그 자신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를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메모리아>의 전문 배우들은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잔(Jeanne)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때때로 초현실적으로까지 보이는 정밀한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틸다는 정말로 제시카가 되기 위해서 적응해야만 하는 좀 더 투명하고 감동적인 무언가(qch de plus transparent et émouvant)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틸다는 제게 여러 옵션을 보여주었는데, 그녀가 그것들을 발전시키는 것을 보는 일은 놀라웠습니다.

Q6. <메모리아> 내 이야기 구성의 측면에서 활자로 쓰인 부분(la part d'écriture)과 즉흥적으로 구성된 부분(la part d'improvisation)은 어떤 것인가요?

A6. 제게 시나리오는 오직 주춧돌에 불과합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이 진정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처음에 저는 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시간 순서(l'ordre chronologique; 타임라인)대로 촬영을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습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길이의 쁠랑들을 찍기 위해 진행되었던 35mm 촬영 작업 덕택에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필름 촬영 작업과 관련한 추가적인 정보는 코닥 홈페이지 참고. ☞ 링크] 이런 작업은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과도 같았죠.

Q7. 수면(le sommeil; 잠)은 감독님 영화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감독님께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데 꿈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편인가요?

A7. 네. 꽤 자주요. 저희 삶은 거의 만날 일이 없는 두 가지 형태의 서사(narration)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의식적 경험(l'expérience consciente)과 꿈(le rêve)으로 말입니다. 영화는 바로 이 두 가지가 혼합된 것입니다.

Q8. <메모리아> 도입부에 어떤 사운드(un son; 소리)가 있습니다. 이 사운드의 기원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A8. <메모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몇 년 전 어느 날, 저는 폭발음 같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소리가 제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그저 바깥에서 나는 소리라고 믿었습니다. 이 소리는 특히 이른 아침에 정기적으로 들렸습니다. 몇 달 동안 저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한 뒤에야 저는 제가 "폭발성머리증후군(syndrome de la tête qui explose; 영어로는 Exploding Head Syndrome, 즉 EHS라 불린다.)"을 앓고 있을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사태는 마치 두개골이 금속으로 되어 있는데, 누군가 그 안에서 고무줄을 끊어 소리를 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소리는 저를 비정상적인 상태(un état second; 의식 분리 상태)에 빠뜨립니다. 저는 폭발음의 발발을 통제하는 법, 그리고 심지어 그 소리를 즐기는 법을 배웠습니다. 왜냐하면 그 폭발음이 저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저는 소음과 함께 떠오르는 기하학적 형태를 보기도 했습니다. 가령, 정사각형과 원과 섬광을 봤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이후부터는 더 이상 폭발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Q9. <메모리아> 내에서 그 소리를 형상화하는 데 어려웠나요?

A9. 영화에서 믹싱 룸 시퀀스[그림1]는, 제가 사운드 디자이너인 아크릿찰람 칼라야나미트르(Akritchalerm Kalayanamitr)*와 함께 실제로 경험했던 일과 매우 유사합니다. 저는 제 머릿속에서 금속의 소리가 빈번하게 들렸지만, 재현할 수 있게 만들 정도로 그 소리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에는 그 소리를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왜냐하면 그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그 소리는, 소리-적(的) 아이디어(une idée de son; 소리-적 생각)이자 내면의 소리(un son intérieur)입니다. 이는 마치 마음속으로 혼잣말할 때 내면에서 들리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촬영 전에 사운드 초안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소리에 실제로 형상을 부여하는 일은 후반 작업에서나 가능했습니다. 사운드 라이브러리 속에서 효과음들, 가령 충격음, 거칠게 쓰러지는 나무들 소리, 채소 써는 소리 등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경험은,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재창조의 이야기(une histoire de recréation)를 담은 시나리오에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열대병 Tropical Malady>(2004) 이후 위라세타쿤과 함께 작업해 온 사람. 편집자 주.

[그림1]

Q10. 그 소리와 관련하여 <메모리아>의 전반적인 사운드 디자인(la partition sonore; 사운드 스코어)은 어떻게 생각했나요?

A10. 영화 전반에 걸쳐 매우 음악적인 차원이 존재하는데요. 저는 명상적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떤 음향적 단순함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제게도 해당하는 말인데, 제시카에게 콜롬비아에 있다는 것은 곧 내면의 공허함을 느끼며 정체성의 일부분을 잃어버린 채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희를 둘러싸고 있는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가득 채우는 것과 같습니다.

Q11. 기술적인 관점에서 사운드에 관한 이런 작업이 감독님께 새로운 도전과 같았나요?

A11. 카를로스 레이가다스(Carlos Reygadas)와 작업을 하기도 했던 사운드 엔지니어 라울 로카텔리(Raúl Locatelli)와는 처음으로 작업을 해봤습니다. 그와 함께 일하면서 저는 특히 목소리의 강도와 관련해서 다른 작업 방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대화와 침묵 사이에 더 많은 휴지(plus de ruptures; 단절)와 대위법(de contrepoints)을 도입하되 다큐멘터리스럽지는 않은 접근 방식이었죠.

Q12. 영화 초반부에 깜짝 놀라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폭발 소리가 들리는데, 이것이 제시카가 듣는 소음인지 폭탄 소리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어코 버스의 모터가 폭발하여 고장 나 버리죠.[그림2]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한 남성이 겁에 질린 채 도망칩니다.[그림3]

A12. 그 일은 제가 실제로 보고타에서 목격한 것입니다. 콜롬비아 내전 시기는, 거주민들이 도시 내의 소음을 지각할 때 그 지각 안에 여전히 상당 부분 스며들어 있습니다. <메모리아>는 폭력과 관련된 무언가를 다루는 환영(l'illusion)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때 환영이란 영화에서 재창조되는 것이기는 하나, 마찬가지로 콜롬비아 역사의 환영이기도 합니다. 축하 폭죽으로부터 암살의 총격, 그리고 미디어에 의해 전파된 폭력에 이르기까지 콜롬비아 문화와 기억 속에서 "쾅(bang)!"의 실제적 역사를 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소리는 마치 폭력의 기억처럼, 혹은 흉터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림2]

[그림3]

Q13. 자크 투르뇌르의 <캣 피플 La Féline>(1942)에도 비슷한 효과가 존재합니다.[<캣 피플> 발췌 영상 참고. ☞ 링크] 짧은 순간, 저희는 표범의 그르렁 소리를 듣는다고 믿지만, 실은 버스 소리였죠.

A13. 무척 흥미롭네요(C'est fou)!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크 투르뇌르의 영화는 특히 제게 중요하긴 합니다. <메모리아>에서 틸다 스윈튼은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Vaudou>(1943)의 여성 좀비의 이름을 따서 제시카 홀랜드로 불려지게 되었죠. 그 영화의 그녀처럼 저는 제 영화의 등장인물이 일종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바랐습니다. 투르뇌르의 영화에서, 그녀는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흑인 음악인 부두교적 북소리에 최면이 걸렸습니다.[<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발췌 영상 참고. ☞ 링크] 이는 곧 토착 문화를 통해 식민지화의 잔재를 끄집어내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투르뇌르의 제시카처럼 저의 제시카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영화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초현실적 차원의 인물입니다. 그녀는 마치 마이크(un micro)와 같으며, 여러 소리와 색을 수집합니다. 그녀는 마치 다른 파동과 동기화하려는 파동과 같습니다. 그녀는 영화 그 자체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메모리아>는 매우 선형적인 영화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하이쿠처럼 여깁니다. 마치 다음과 같이 말이죠. '쾅!... 걷기, 걷기, 걷기, 걷기(Bang!... walk, walk, walk, walk).'

Q14. 영화에 많은 구멍이 등장합니다. 두개골, 땅, 하늘에 말입니다...

A14. 네, 구멍은 다른 모티프와도 연결됩니다. 가령, 원형(le cercle)과 순환성(la circularité)이요. 여러 구멍은 땅, 시간, 기억에 가해진 충격과도 같습니다. 이는, 마치 내면에 가해지는 충격으로서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폭발음을 들으며 제가 느꼈던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탄복할만한 곡선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양식의 보고타의 건축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Q15. 감독님께서 생각하기에 두 명의 에르난(Hernán)은 같은 인물인가요?

A15. 둘은 서로가 서로의 분신과도 같습니다. 둘 다 소리와 관련이 있죠. 가령, 첫 번째 에르난은 믹싱 룸에서 제시카에게 소리를 들려줍니다. 이는 곧 인공적인 창조나 인간의 발명을 의미합니다. 한편, 두 번째 에르난은 제시카에게 유기적인 방식으로 소리를 전달하고, 삶과 기억으로서의 음악을 형상화합니다.

Q16. 영화 말미에 숲속으로 날아가는 것은 우주선[그림4]인가요?

A16. 제가 찍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항상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에,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일어나는 일은 시간 속에 잠들어 있는 집단적 기억(une mémoire collective)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집단적 기억 안에 저는 어린 시절의 추억, 숲과 관련된 감각, 그뿐만 아니라 SF물에 대한 제 취향까지 집어넣었습니다. 이 영화는 고대적인 무언가와 미래적인 이미지 사이에 팽팽하게 놓여 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제게 중요한 것은 관객이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운드가 바로 관객의 그런 수용성을 이끌어낼 수 있죠. 따라서 우주선이 등장하는 것은 깜짝 놀랄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우주선을 1970년대 SF소설 겉표지에 있는 것처럼 아주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림4]

Q17. SF물을 좋아하는군요?

A17. 네. 저는 수많은 SF소설이나 SF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 과잉을 피하기 위해 젊은 나이에 죽도록 프로그램된 인간들이 등장하는 디스토피아 영화인 마이클 앤더슨의 <로건의 탈출 L’Âge de cristal>(1976)을 무척 좋아합니다.

Q18. 평행 세계가 존재한다거나 인간들 가운데 죽은 자가 존재한다고 진정으로 믿었던 투르뇌르의 믿음을 감독님도 갖고 있나요?

A18. 저는 애니미즘과 불교의 영향 속에서 자라면서 모든 것이 상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씀하신 믿음을 제가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그런 믿음은 제게 지울 수 없는 방식으로 강력하게 각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부모님이 의사였기 때문에 저 역시 과학적 세계에 빠져들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의학 서적들 속에 파묻혀서 자랐습니다. 영화 역시 의학적인 요소들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를 보면, 신체, 유기적인 생명, 치료에 관한 관심이 담겨있죠. 

Q19. 현재 다음 영화를 준비 중인가요?

A19. 네. 남미의 심장부를 포함하여 세계 여러 곳에서 펼쳐지는 매우 긴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그 영화도 건강이나 치료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그 영화가 제 다른 영화들과 유사하지 않으리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메모리아>도 제 다른 영화들과 다를 것 같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 부록 


<야간 군체 Night Colonies>(2021)* 영어 자막 및 번역본


*<끝없는 폭풍의 해 The Year of the Everlasting Storm>(2021)에 수록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11분짜리 단편이다.


1. 텍스트 이미지

[First Shot]

The trees unusually sprout more branches.
그 나무들에 유난히 더 많은 가지들이 자란다.

Touching the old houses, the distant friends,
and those who had disappeared.
오래된 집들, 멀리 떨어진 친구들,
사라진 사람들과 접촉하며.

The young leaves unfold, flushed with memories
in the year of the everlasting storm.
추억으로 물든 어린잎들이 펼쳐진다.
바로 그 끝없이 폭풍이 몰아치는 해에.

Its roar has become my nocturnal companion.
그것이 뿜어내는 굉음은 나의 야간 동반자가 되었다.

2. 변조된 음향 이미지

I know that you policemen are also suffering.
나는 경찰 당신네들도 괴로워하는 것을 안다.

Many of you who are here…
여기에 있는 많은 여러분들…

The cat approached
and licked his elbow.
고양이가 다가와
그의 팔꿈치를 핥았다. 

He stayed close,
as if to say, “I’m with you.” 
그가 가까이 머무르면서
“나는 너와 함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We didn’t believe at first. 
처음에 우린 믿지 않았다.

I told him, even the cat was scared
when we yelled at each other.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고함을 질렀을 때
고양이도 무서워했다고 말이다.

…a woman walked out, 
following a manager.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관리자를 따라서 말이다.

she was not my mother.
그녀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었다.

The “M” on my mobile’s contact 
was not for “Mom”. 
핸드폰 연락처에 있는 “M”은
“엄마”가 아니었다.

[Final Shot]

댓글 1개:

  1. [수정내역_220821 업데이트]

    내용상 변화는 일절 없으나 몇몇 조사(특히 격 조사)를 수정/통일했고, '공상과학'을 모두 'SF'로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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